최명숙 시인의 신작시집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 서면” 표지. ©최명숙
만남, 동행, 기다림, 사랑,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최명숙 시인의 낮은 목소리가 따뜻한 감성의 언어로 담긴 시집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 서면”이 최근 출간됐다.시인에게 있어 시 쓰는 일은 삶에 있어서 얻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리고 마음의 고요를 얻는 과정이며 그렇게 써간 시가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의 고요가 되는 게 바람이다.한 계절을 절집에서 보낸 노 여행자 이야기,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들과 귀향 이야기, 화두처럼 찾던 길에 대한 단상들, 잊지 못한 사랑 이야기, 몽골평원에서의 이야기와 귀가 들리지 않는 몽골 소년과 맞은 저녁의 그리움 등등 시인의 곁에 왔다 간 것들이 시로 남았다.또한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면서 이별의 먹먹함에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이별이 아닐지도 모르며, 보내야 할 것을 보낸 후에 남은 기억들은 슬픔이기보다 영원히 남을 추억으로 존재한다”는 아름다운 생의 미학을 담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세상을 향한 시인의 시선따라 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따듯해지면서 생의 길이 나고, 마음을 내려놓을 공간이 보이는 시집이다.이 시집의 시들은 그저 평범해 보였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시인의 마음에서 꽃처럼 피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노래가 되어 다가온다. 시인은 밝지만은 않은 하루하루를 나직하면서도 깊은 목소리로 독자들의 곁에 선다. 선한 시심을 간직하면서 사는 것 자체가 수행인 듯 마주한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서 어두움을 어둡다 하기보다는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으로 밝고 깊어진 시선을 그려낸다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무조건 갈등구조를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시인의 생각은 그 반대다. 인연이 생겨나니 모든 만남이 소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시 ‘알아보아야 할 순간에’ 서는 사람을 알아보아야 할 순간에 알아보지 못하는 슬픔을 다룬 이 시도 그저 담담하게 전개하고 있다. 인연 맺음이 참으로 중요하지만 모든 인연은 끝이 있다. 불가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회자정리’라고 한다. 이 시는 특히 ‘망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또한 “연과 연의 수레바퀴 같은 만남”이 있었기에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이승하 교수는 “최명숙 시인은 등단한 지 30년이 넘은 중견시인이다. 이번에 내는 시집이 여덟 번째이다. 4년에 한 권씩은 꼭 내 온 성실성도 성실성이지만 시편이 다 이렇게 맑고 밝으므로 시 읽기가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다”면서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어떤 경우는 난해해서, 어떤 경우는 길어서, 어떤 경우는 분위기가 어두워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최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마음을 편히 갖고서, 편한 자세로 읽으면 된다. 시인의 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세상을 밝게 하는 촛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평설했다.한편 최 시인은 시와 비평 신인상, 2002년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보리수아래 대표,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이사, 도서출판 도반의 편집주간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