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단 1초도 저를 보고 돌아오는 눈빛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름에 대해 특별히 반응하지 않는, ‘우
리’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여성이 저뿐이던 (삼성전자) 플래시메모리팀에 여성 엔지니어들을 받자 팀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성이 일을 마
주하는 방법이 다르다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었습니다.”(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지선 교수와 양향자 대표는 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사회 내 다양성이 갖춰졌을 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인물은 자신을 향한 차별의 시선
을 이겨내 다양성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지선 교수는 교통사고에 따른 전신 화상으로 장애 판정
을 받았지만 공부에 매진해 올해 모교에 교수로 복귀했으며, 양향자 대표는 삼성전자의 첫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을
지냈고 올해엔 신당을 창당해 정치 개혁에 도전한다.
이지선 교수는 이날 김현정 CBS PD 사회로 진행된 양향자 대표와의 대담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그
는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다름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하게 되는데 미국은 워낙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다름에 대해 특이하다고 여기지 않았다”며 자신에게 비장애인과 동일한 시선을 보냈던 미국
에선 살기 편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다른 차별 사례로 테이프 커팅식에 있던 일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국제사진개막전 테이프 커팅식에 초대
받았는데 도우미가 저를 건너뛰고 다른 참석자에게 가위를 전달했다”며 “제 손이 불편해 보여 가위를 사용하기 어
려울 것이라는 지나친 배려와 이 사람의 능력 없음을 넘겨짚는 오해가 차별이라면 차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는 “‘가위 사용이 괜찮느냐’고 미리 물었으면 될 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더 많은 이해를 열어두고 개방하는 사
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양향자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남성뿐이던 팀에 여성 엔지니어가 포함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일했던 경험을 공유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전혀 다른 분이 함께하면 훨씬 더 시너지가 나고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오른손에 손가락이 하나 밖에 없는 장애인에 대해 설계팀에선 그와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인식했지만 그 친구
에겐 특별함이 있었다”며 “일할 때 오류가 전혀 없이 완벽했을 뿐 아니라 이 친구로 인해 (그동안) 불편했던 것도 모
두 바뀌어 비장애인이 더 행복하고 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경험담에 김현정 PD는 “개편하면서 ‘김현정의 뉴스쇼’ 팀을 구성할 때마다 최대한 남녀, 나이도 20·30·40·50
대 다 섞였으면 좋겠다는 얘길 늘 한다”며 “발제해보면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 보는 눈이 각각 다 달라서 더 좋은
아이템을 선정할 수 있다”고 공감했다.
황병서 박미경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