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 (연출 백호민, 극본 하청옥)는 ‘정통 궁중요리 대가의 비법 손맛을 타고난 영신과 그녀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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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나 지압이 시각장애인의 직업으로 굳어지자 비시각장애인들이 안마나 지압을 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有目人 誦經時 擧丈打殺”이라는 전통이 있었다. 보는 사람이 경을 읽을 때는 지팡이를 들어서 때려죽여도 좋다고 했다. 송경이 안마로 바뀌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은 언제부터인가 시각장애인을 상징하는 흰지팡이를 사용하고 있다. 보는 사람이 안마나 지압을 하면 흰지팡이로 때려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몇십 명이 몰려가서 그 집 앞에서 흰지팡이로 땅바닥을 뚜드려댔다. 필자가 장애인복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자주 있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보는 사람이 안마나 지압을 한다 해도 시각장애인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흰지팡이를 뚜드려대는 일은 없지만, 최근 법원에서 판사가 비시각장애인에게도 안마나 지압을 직업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려 그 옛날 “有目人 誦經時 擧丈打殺”이라는 동래부사의 판결문을 무색케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업은 사실상 안마와 지압뿐임으로 특수학교에서 3년이나 안마 수련원에서 2년 동안 이료과목(理療科目)으로 안마 지압 등을 배우고 실습을 거쳐 자격증을 받는다.
특수학교 고등부 3년이나 수련원 2년을 졸업하면 「의료법」 제82조에 의거한 안마사 자격을 취득한다. 그런데 태국마사지 중국마사지 등이 난립하였으나 정부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바람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설 곳이 없었다.
어떤 안마사들은 안마원을 포기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러자 보건복지부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 소외계층의 건강유지를 위한 일거양득 프로그램을 내놓았으니 이른바 안마바우처다.
안마바우처는 2009년 4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동안 몇 번의 개정을 통해서 현재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 140% 이하 또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로 근골격계 · 신경계 · 순환계 질환이 있는 만 60세 이상 또는 지체 및 뇌병변 등록 장애인’이면 안마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다.
읍면동 복지센터에 신청하면 1회 4천 원으로 월 4회, 2년간 안마를 받을 수 있는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반액이다. 필자도 2년간 안마바우처를 이용했다.
안마바우처는 주 1회 한 시간 정도 시각장애인이 전신을 안마해 준다.
그런데 ‘밥이 되어라’에서 숙정이 시동생 종우(변우민 분)는 안마를 십 분도 못 할 거라고 하면서, 종권이 성격이 까다로워서 다른 사람에게 안마를 맡기지도 않을 거라고 했다. 물론 ‘밥이 되어라’에서 숙정의 이야기는 드라마 줄거리를 위한 픽션이지만, 시각장애인의 안마를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종권은 숙정의 회장 취임식장에서 경수가 숙정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쓰러져서 119에 실려 갔다. 종권은 중환자실에서 몸을 추스르고 퇴원을 했다. 종권이 실려 간 곳은 병원이고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은 「의료법」에서 인정하는 의료인이다. 안마사도 「의료법」에 따라 안마사 자격을 받고 「의료법」에 따라 안마원을 차릴 수가 있다.
의사나 간호사가 의료전문가이듯이 안마는 시각장애인의 직업이자 전문가다. 이 같은 전문가가 있음에도 드라마에서는 종권의 성격이 까다로워서 남에게 몸을 못 맡긴다니, 작가나 연출가는 이런 사실을 알고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코로나시대라 안마원도 때로는 휴무를 하기도 했지만, 시각장애인이 안마원에서 안마를 하고 있다. 일반 안마도 있지만, 대부분이 안마바우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는 신청주의다. 누구라도 안마바우처 대상자에 해당이 된다면 읍·면·동 복지센터에 신청해서 안마바우처를 이용하시기를. 안마바우처는 자신의 건강을 증진하고 아울러 시각장애인도 도와주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이다.
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출처 : 에이블뉴스 / 2021년 5월 2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