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차 삭발결의자 이진우 서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삭발 전 이진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삭발 전 이진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지난번에 탈시설장애인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왔을 때 제가 ‘등 떠밀려서 입후보하게 됐다’는 이야길 한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자랑스러운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님의 권유로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처음 삭발 제안을 받았을 때 사실은 선뜻 하겠다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원래 학교 다닐 때도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제 친구들은 제가 삭발한다고 하니 ‘너 사회에 불만 있냐’는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이 사회에, 이 정부에 어떻게 불만이 없을 수가 있겠습니까? 모두가 다 잘 살게 해주겠다고, 잘하겠다고 해서 정권을 맡긴지 어제가 백일 되는 날이었죠. 요즘은 잘 하지 않는 백일잔치를 해도 시원찮은 판에 이 정부의 백일은 참, 답답합니다. 앞으로 더 안 좋아질지 혹은 좋아질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기대되지 않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삭발 제안을 받고 난 이후, 서울시의회 앞 농성장 야간사수를 하게 된 적이 있는데요. 거기에 익숙한 이름의 동지들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들이 쌓여있는 걸 보게 됐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 상자가 얼마나 더 쌓여야 우리가 요구하는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즉 장애인권리예산이라 불리는 이것을 쟁취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장애인권리예산은 장애인 생존권예산입니다. 지하철 타기를 하고 삭발을 하는 동안 멸시와 혐오,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앞서 삭발을 했던 익숙한 이름의 동지들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장애인의 생존, 나의 생존을 위해 삭발 투쟁을 합니다. 

이 의식이 얼마나 더 길게 이뤄져야 우리의 생존이 보장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동지들과 함께하겠습니다. 투쟁!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삭발 투쟁을 하는 이진우 소장. 사진 강혜민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삭발하는 이진우 소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삭발하는 이진우 소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강혜민 
삭발을 마친 이진우 소장. 뒤에서 한 활동가가 이 소장의 잘린 머리카락이 담긴 하얀 상자를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삭발을 마친 이진우 소장. 뒤에서 한 활동가가 이 소장의 잘린 머리카락이 담긴 하얀 상자를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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