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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형사절차에서 장애인 사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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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 춘천지방법원 판사

장애인도 국민으로서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27조). 이 글에서는 형사절차에서의 장애인 사법지원과 관련해 형사소송법(아래에서 따로 법명을 적지 않는다) 등 관련 법령에서 마련하고 있는 제도를 소개한다.

피고인이 농아자인 경우 및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또한 피고인의 연령·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해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제33조). 대법원은 피고인이 2급의 시각장애인(2010도881)이거나 3급의 청각장애인(2010도4629)임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공판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공판절차에서 신문을 받는 피고인이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그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할 수 있다(제276조의2). 피고인은 공판조서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는데, 시각장애나 난독증 등으로 인해 읽지 못하는 피고인은 공판조서의 낭독을 청구할 수 있다(제55조 제1항, 제2항).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절차에서 그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해야 한다(제163조의2).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①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진술조력인으로 하여금 조사 과정에 참여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게 할 수 있고(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6조), ②공판기일에서의 증언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증거보전절차를 이용해 증인신문을 할 수 있으며(같은 법 제41조), ③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고,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다(같은 법 제27조).

공판절차에서 듣거나 말하는 데 장애가 있는 사람의 진술에 대해서는 통역인으로 하여금 통역하게 할 수 있다(제181조). 2020년 6월 형사소송규칙이 개정되면서 듣거나 말하는 데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수어통역, 속기, 녹음 및 녹화 등에 드는 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하게 됐으며, 수어통역의 절차와 방법 등을 정하는 '수어통역 등에 관한 예규'가 마련됐다. 또한 2020년 12월에는 형사절차에서 필수적으로 알아둬야 할 법률용어를 수어로 정리한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용어 수어집'이 발간됐다(수어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제작됐고, 책자에 수록된 QR코드를 인식하거나 링크를 클릭하면 동영상이 자동으로 연결돼 재생된다). 한편 수어통역으로 법률용어 및 복잡한 사실관계를 전달하기 어렵거나 청각장애인의 수어·구화 등의 구사능력이 낮은 경우에는 속기를 통한 문자통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수어통역과 문자통역 양자가 모두 이뤄질 수도 있다.

2020년 5월 장애인 사법지원에 관한 구체적 기준과 내용을 상세히 정리하는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발간됐다. 장애인 사법지원의 확대를 위해 법원 안과 밖의 많은 분이 힘을 모으고 있다.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법원 문턱을 넘고 사법절차에서 충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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