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데스크]“강원도·춘천 대표하는 캐릭터 주제로 한 작품 계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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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이 만난 사람 - 애니메이션 구름빵·두리둥실 뭉게공항 제작 '디피에스(DPS)' 남진규 대표

◇남진규 (주)디피에스 대표(왼쪽)가 신형철 경제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디피에스(DPS) 남진규 대표가 지역 캐릭터 산업의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인력 양성 중요한데 도내 관련 대학·학과 등 있어 환경 좋아

日과 달리 한국 애니 업계 유아·아동에 주력 세계 최고 수준

최근 웹툰시장 활성화 속 포털업체들과 연계 방안 논의 활발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피에스(DPS) 남진규(51) 대표는 2007년 춘천에 정착한 이후 고향으로 삼았다. 애니메이션(이하 애니) '구름빵' 기획 단계부터 춘천과 인연을 맺은 뒤 춘천에 회사를 옮기고 눌러앉았다. 그리고 '두리둥실 뭉게공항', '꽉 잡아' 등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최근에는 EBS에서 방영되는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숲속 배달부 빙빙' 제작에도 참여했다. 가정의 달인 5월 한국과 춘천의 애니 산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진규 대표를 만나봤다.

■만나서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냈는지?=“한동안 회사가 복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사드 때 한창 위기를 겪었다. 중국과 합작 작품을 구상 중이었는데 사드로 계약이 파기됐다. 그 이후로 투자를 받기 힘들었다. 당시 작품이 춘천을 배경으로 한 애니 '꽉 잡아'였다. 실업계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작품이었는데 다행히 올해 끝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히팅 포인트를 놓쳐 아쉬움이 많다. 사드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코로나19 영향을 겪었다. 그나마 올해 자체 창작품과 하청 제작품이 나오면서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숲속 배달부 빙빙'의 경우 기획도 참여하고 제작도 도맡아 해서 완성했고 최근 방영됐는데 반응이 좋아 기쁘다.”

■평소 캐릭터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애니와 캐릭터는 사실상 하나의 산업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캐릭터 비즈니스는 트렌드가 없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 하더라도 캐릭터 산업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캐릭터 산업이 상당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각 지방으로 분류하면 정부의 캐릭터를 쫓는 형태로 차별화와 관리, 유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독창적인 것이 필요하다. 지역이 정부와 타 지역과 다른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지역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관련된 캐릭터 산업이 접목돼야 그 안에서 히트할 수 있다. 남을 모방하는 개발 사업이 아니라 독창적인 산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맞다. 사실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캐릭터를 쉽게 생각하고 접근한다. 적은 예산으로 개발하고 대외에 알린다. 그러다 안 되면 접는 방식이다. 캐릭터를 잘못 사용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한 사례도 있다. 무차별하게 남발한 경우다. 주민들조차 잘 모르거나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다. 춘천에 정착한 지 15년 정도 되는데 춘천을 되새겨 보면 변하고 있다.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다. 버스와 도시 환경 등 타 지역과의 차별화는 긍정적이다. 다만 지속성을 가져야 하고 부족한 지역 문화와의 연계를 보완해야 한다. 문화 산업 전문가가 지역 내에 많다. 이들을 모아 포럼 등을 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많은 논의를 통해 지속적인 캐릭터 기반의 도시 경관을 매칭하면 더 좋다. 국내 각 지방들이 일본이나 해외 캐릭터 접목 성공 사례를 공부하고 있다. 그 사례를 쫓는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 모방을 통해 지역만의 특색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포인트다.”

■지역 캐릭터 산업 성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우선 인력 양성이다. 과거 춘천으로 이전하면서 환경이 좋다고 본 것은 관련 대학 및 학과 내 인력 등이었다. 그 인력들이 지역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의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타 지역에 비해 춘천과 강원도의 애니와 캐릭터 인력 양성 환경이 분명히 좋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을 하면서 4년여간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한 애니메이션진흥법안을 요청했고 지난해 8월 통과했다. 법안에는 지역 캐릭터 및 애니메이션 인력 양성 조항이 있다. 사실 한국의 애니 산업은 한동안 창작 아이디어에 집중하면서 순수 제조 인력이 사라졌다. 우리는 아이디어만 생산하고 제조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했다. 애니 산업은 단순히 서비스 산업이 아니다.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제조업이 사라지면서 인력 양성 공간도 없어졌다. 뉴 미디어 시대에 애니 산업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제조업도 활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 및 캐릭터 산업 관련 인력 양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애니에서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한국 애니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은 상당히 작가주의적이고 원작 시장이 좋았다. 단행본 만화 시장이 좋았고 성공한 작품을 애니화했다. 매년 100여편이 애니로 제작됐는데 그중 10편 가량이 매년 한국에서 공개됐다.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면서 검증을 받았다. 반면 한국은 과거 단행본 시장이 위축되면서 애니 제작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애니 업계는 유아·아동에 주력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애니는 영·유아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 우리 작품 중 '두리둥실 뭉게공항'이 2013년 칸에서 열린 영상콘텐츠 마켓에서 아동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세계 어린이들이 뽑은 올해의 애니로 선정됐다. '뽀로로'와 '아기상어' 등 영·유아 부문에서는 세계적이다. 일본 산업에 대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최근 웹툰과 웹소설 등의 경쟁력이 돋보인다. 애니 산업 발전과 연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그동안 우리나라는 콘텐츠 비즈니스 경제가 약했다. 다행히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원작 시장이 좋아져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웹툰은 타깃 연령층도 높다. 뉴 미디어 시대에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 대한 니즈가 있다. 애니 업계도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과 연계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중국도 웹툰과 웹소설에서 성공한 것을 애니로 제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애니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애니 인력 양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애니 업계도 부익부빈익빈으로 고민하고 있다. 돈을 들여 양성하면 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간다. 돈도 중요하지만 라이프 스타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이나 경기도 판교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춘천 등은 상대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다. 당장의 급여는 적지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라이프 스타일 등을 제시할 수 있다. 디피에스의 경우 직원들이 모두 함께 서울에서 춘천으로 이전했다. 당시 삶의 환경 등을 모두 따졌다. 지역이 이런 점을 제시하고 알려야 한다. 서울의 지인들이 춘천에서의 삶을 굉장히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더욱이 춘천과 강원도는 대학과 고교 등에 애니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많다. 문제는 졸업한 이들을 흡수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다른 일을 선택하게 된다. 애니 산업은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스킬을 배워야 한다. 최근에는 경력 단절자나 장애인 등도 할 수 있도록 환경이 변화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애니 업계에 뛰어든 계기와 앞으로의 꿈은=“미야자키 하야오의 '반딧불의 묘', '천공의 성 라퓨타' 등을 본 것이 애니를 시작한 계기였다. 업계에서 존경하는 분은 고(故) 신동원 선생님이다. 국내 최초로 애니를 통해 진로 소주를 광고했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장르를 만드는 분을 존경한다. 애니를 하면서 '재미'라는 것을 갖고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과거에는 애니를 제작해도 미디어를 가질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하고 싶었고 '꽉 잡아'를 제작했다. 또 심플한 것들을 많이 만들 계획이다. 강원도와 춘천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주제로 한 애니도 계획 중이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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