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이월드 홍보 및 교육관. ⓒ서인환

지난 3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로 229번지에 자리 잡은 죠이월드가 창립됐다. 창립식에 이어 브솔복지재단과 죠이월드, 사회복지정책연구원이 협약식도 가졌다.

브솔복지재단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설립한 재단으로 직업적응훈련, 활동지원사 파견, 그룹홈, 스포츠센터, 교육지원센터, 오케스트라 악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브솔이란 구약성경에서 다윗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오던 중 낙오병들에게 전리품을 나누어주지 말자는 말에 다윗은 모든 이에게 몫을 나누어주어야 한다며 브솔이란 시냇가에서 나눔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모든 인간은 몫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사회복지정책연구원은 나사렛대 교수 재임 시절 김종인 교수가 설립한 연구원으로 장애인정책을 위한 연구사업과 직업 재활 사업들을 하고 있다.

죠이월드가 설립되기까지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1988년 권성민 대표의 아버지가 대우인쇄교역이란 회사를 설립하여 각종 인쇄물과 포장 박스를 생산하고 있었다. IMF 시절에 이 회사에 오재국이란 지체장애인이 취업을 하였는데, 코도 흘리고 앞발로 까치걸음을 걷는 등 볼품이 없었으나 일에 대한 애착과 기술을 배우려는 노력들이 감동을 주었다.

정난희 회장은 장애인 직원의 모습을 보면서 평소 뇌병변 자녀를 둔 입장에서 직업재활에 대한 관심을 가져오던 것에서 확신을 가지고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드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2002년 2월 죠이프린라이프를 설립, 대우인쇄교역에서 제작하는 것과 같은 박스인쇄부터 시작하였다.

문구류와 종이도시락을 만들어 다이소에 납품하고, 케이크 박스를 만들어 파리바게뜨에 납품하면서 30여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장애인 평균 임금이 300만원이 넘으며 평균 근속기간도 13년이나 되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직장생활을 통해 자립을 하고 결혼도 하고 아파트도 마련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 직업재활의 새로운 뉴딜 모델을 창안하여 권성민 대표는 박사 논문을 쓰기도 하였다.

정난희 회장은 2005년 죠이라이프란 화장품 회사를 설립하여 다양한 화장품과 물티슈, 소독제, 건강식품 등 종합화장품 회사로 성장하였고, 대기업 화장품 회사로부터 제조를 의뢰받기도 하고, 외국으로 수출을 하기도 하였다.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면서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 장애인의 소득창출이 가능할 것이라 여겨 장애인이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판매를 원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하고자 하였다.

죠이라이프 사내 1층에 전시관을 만들어 중국관광객 등 한국 방문 여행객들에게 화장품을 홍보하여 판매를 하기도 하였는데, 코로나와 중국과의 관광이 쇠퇴하면서 직접 외국으로 수출하는 영업이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그리고 죠이라이프 제품만이 아니라 장애인생산품을 수출할 수 있는 해외 판로개척을 원하는 제품이 있으면 대행을 해 주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죠이라이프 수익금을 모아 장애인의 복지타운을 설립할 꿈을 꾸어 오기도 했던 정난희 회장은 먼저 판로개척을 위한 홍보관과 수출업무를 맡을 회사부터 설립하기로 하여 죠이월드라는 회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죠이월드 대표인 권성민 대표(뇌병변장애)는 재활학 박사이기도 하다. 죠이월드는 죠이라이프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시장과 다육이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육이 온상 전경과 온상 내부 다육이들. ⓒ서인환

다육이는 다육 식물을 애칭으로 부르는 말로, 건조기나 우기가 뚜렷한 지방에서 뿌리에 수분을 많이 담고 견디는 식물을 말하는데, 작은 화분에 기르는 사막 지역의 식물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혹자는 악조건 환경 속에서 작게나마 생존하면서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 다육이가 장애인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말하지만, 닮은꼴이 아니라 장애인이 다루기 편하고 정서적으로 애완식물로 적합하여 다육이를 선택한 것이다.

다육이를 재배하는 것은 다이소에서 장애인생산품으로 죠이프린라이프에서 안정되게 납품을 하는 것을 보고 다육이를 판매품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지 권고를 받아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지만, 다이소에 납품할 정도의 물품을 생산하려면 전국 규모의 매장이 필요해서 일단은 원예치료 목적으로 소규모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권성민 대표 어머니인 정난희 회장은 죠이라이프를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만들고 모자가 힘을 합쳐 장애인그룹을 만들고 장애인복지타운을 꿈꾸어왔다. 다육은 온상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사회참여와 정서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리고 죠이월드를 방문하여 장애인생산품을 보고 나서 다육이도 보는 것은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살아있는 상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장이 될 수도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올 수도 있다.

죠이월드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과 국제무역 등에 종사할 장애인을 찾고 있다. 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에 기여할 장애인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기에 인력난이 있는 것이다.

홍보관과 다육이 온상 외에 별도로 사무실도 갖추어야 하지만, 관광객 등 방문자들의 홍보관 출입 전후 휴식 공간도 필요하고, 주차장 등 보다 정리된 주위 환경도 필요하다. 광명경찰서에서 나서서 주변환경 조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리적 위치가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방문하기에는 좀 도심에서 멀다는 생각이 든다. 무역을 하고 온라인 판매를 하는 데에는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쇼핑관광객을 유치하기에는 연계된 관광상품이 없어 적절하지 않은 위치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권성민 대표는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또한 원예치료 등의 프로그램 외에 실제로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사업은 확장되었지만 장애인 고용 인력은 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표준사업장의 기본적인 조건인 인력수만 갖추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력 수에 따라 혜택을 달리하자는 주장들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경우 추가 인력을 확충하는 효과가 없을 경우는 장애인 고용 혜택만 보고 이용만 하는 것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죠이월드가 성장하면서 보다 많은 장애인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장애인표준사업장연합회가 활성화되지 못하였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도 해외 판로개척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죠이라이프의 상품만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타기업의 장애인생산품까지 판로개척을 돕고자 하는 시도가 반드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면 한다.

죠이월드에서 월드란 의미는 랜드란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관광과 구매 홍보, 휴식과 장애인 인식개선의 다양한 효과를 제공해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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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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