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불평등한 코로나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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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화 사회부 기자

“목숨 값이 다른가 보죠.”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인 그의 냉소가 낯설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의료취약지 병상 문제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었다. 정부가 수도권 중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이송해 병상 대기자를 줄이겠다는 원칙을 발표했던 때이니, 지난해 11월 일이다.

수도권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687개 중 78.17%인 537개가 포화돼 난처해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조치는 당연했다. 이상한 점은 정부의 이런 ‘책임감 있는' 조치는 유독 수도권 중환자 병상 문제에서만 한정적으로 발휘됐다는 사실이다. 한 달 후, 당시 강원도 내 고작 36개뿐이었던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이 모두 차 버렸던 때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은 없었고, 지역 환자들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목숨을 걸고 병상을 찾아 헤맸다. 해묵은 이야기를 다시 한번 꺼내 드는 까닭은 당시 벌어진 문제가 한국사회의 코로나19 대응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병상부터 백신 접종까지 기존의 불평등을 강화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방식의 대응이 난무한다. 저소득층, 장애인, 이주민, 농어촌 지역 주민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많은 ‘방역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부터 반복된 이들의 고난은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었고, 주민들은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에서 자신들이 ‘2등 시민'임을 직감했다.

지역 건강 불평등 문제가 장애, 연령, 인종 등 다른 요소와 합쳐지는 현장에서는 더욱 비극적인 사례가 줄을 이었다. 비장애인들이 코로나에 걸려 병원으로 이송될 때, 의료취약지 장애인들은 집단거주시설 안에 방치됐다. 수도권 주민들이 집 앞에서 백신을 맞을 때, 의료취약지 고령층은 채 5분이 안 걸리는 백신 접종을 위해 덜컹거리는 버스로 1시간 거리를 이동했다. 정부는 추가 접종 시기 지역 예방접종센터 업무를 줄여 백신 접종을 민간 병원에 맡겼고, 의료취약지 주민들은 이 때문에 병원까지 먼 거리를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웃들이 백신을 맞을 수 없었던 이유를 ‘불신'으로만 단순화하기에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시민사회 역시 동료 시민들의 고통에 둔감했다. 병상 부족 사태가 농어촌 의료취약지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일상이었지만, 이들의 고통은 시민사회 안에서조차 소외돼 사회적인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역 보건소는 진료와 지역보건사업을 수시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의료취약지 주민들의 고통은 두 배가 됐지만 보건소 인력과 자원 확충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영국의 공중보건학자인 클레어 밤브라는 2016년 발표한 저서를 통해 건강 불평등의 원인에 시민의 정치적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발간된 코로나19 이후 연구에서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과 사망이 지역사회의 빈곤과 연관이 있으며, 이 구조를 방치한다면 이후 더 큰 불평등이 재생산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지금 강원도는 어떤가. 고혈압 진단 경험률 11년째 1위, 2020년 흡연율·고위험음주율 1위, 자살률 3위. 분명한 것은 이 결과 역시 시민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민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우리는 서로의 고통에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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