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활동 이장우 화가 개인전
인제 자작나무숲·속초항 등 화폭에
두터운 마티에르·독특한 원근법 눈길
작품 앞 자폐는 무의미한 수식 불과

▲ 이장우 화가는 강원의 도시·자연풍경을 두터운 질감으로 화폭에 채운다.작품 ‘속초 앞바다’
▲ 이장우 화가는 강원의 도시·자연풍경을 두터운 질감으로 화폭에 채운다.작품 ‘속초 앞바다’

세상으로부터 갇혔던 공간을 그림으로 활짝 열고 있는 이장우(하단 사진) 화가가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강릉에서 활동하는30대의 청년작가 이장우 개인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경험의 풍경’이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갤러리에서 개막했다.지난 3년간의 비공개작 80여점 중 30여점을 골라 선보이는 자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을 받아 2020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의 8번째 개인전이다.2017년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으로 데뷔한 이 작가는 이후 강릉·동해·서울 등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가지며 강원도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빠른 기간 성장했다.강릉미술협회 정기회원전,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전 등에 꾸준히 참여했고 평창올림픽 기념전과 지난 해 홍천에서 열린 강원국제예술제 특별전 등에 잇따라 초청받았다.2018년 올해의 청년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 이장우 작가
▲ 이장우 작가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자폐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하지만 작품 앞에서 이 진단은 의미없는 수사에 불과해진다.그는 외부와의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는 대신 하루에 10시간 이상 캔버스 앞에 앉아 작업에 몰두한다.7세 때부터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작가는 이후 독학과 끈질기고 성실한 작업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과 강릉 안목항의 일출,입암동의 밤 거리,속초항,여행으로 간 서울과 울릉도 등 자연과 도시 풍경을 독특한 색과 두터운 마티에르(화면의 질감)로 재현해 냈다.인상주의 화풍을 연상시키는 이같은 기법은 같은 또래의 젊은 작가들에게서는 찾기 어렵다.

직접 사진촬영한 풍경을 캔버스에 재구성하는 그는 사진 속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듯 하다.

▲ 이장우 작,'안목 일출'
▲ 이장우 작,'안목 일출'

하지만 일출과 일몰,낮과 밤,사계마다의 시간 흐름 남다른 시선과 원근감이 반영돼 있다.빈틈없이 겹겹이 덧입혀진 색감들은 환상적 감각도 연출해 낸다.지난 해 요르단과 예루살렘 등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작가는 이후 색감이 한층 밝아지면서 미묘하게 변했다는 평도 받는다.

4살 무렵 받은 ‘자폐’라는 진단은 화가인 그에게 오히려 최근 미술계 트렌드나 다른 작가들의 화풍,외부의 비평 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이장우 화가는 강원의 도시·자연풍경을 두터운 질감으로 화폭에 채운다.작품‘원대리 가을 자작나무’
▲ 이장우 화가는 강원의 도시·자연풍경을 두터운 질감으로 화폭에 채운다.작품‘원대리 가을 자작나무’

김현주 큐레이터는 “이장우 화가는 그가 그리기로 결심한,그 결심의 대상 전체에 높고 고른 밀도의 관심과 애정을 전면적으로 쏟는다”며 “숨쉬는 공기,세계를 채우는 대기,구름과 바람,그 많은 자연스러운 것들이 이장우에게는 자연스러워서 쉬운 것들이 아니다.자연스럽다고 소홀히 하지 않는,하나 하나가 그와 회화 사이 내에서 문제이고 문제적”이라고 평했다.이번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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